단편 리퀘스트4 └단편소설

단편 리퀘스트3 에서 신청받음.




 



 덥수룩한 검은 머리카락을 갈색 빵모자로눌러 쓰고 청년은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긴장을 풀어, 머리를 비우고, 발걸음은 가볍게,마음은 무겁게, 손발은 빠르게”

 노래하듯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혼자 중얼거리며발걸음에 점차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누가 그랬던가, 애정과 증오는 같은 말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사랑하는 만큼 부숴버리고 싶다고.

 청년은 지금 누군가를 원하는 마음에 심장이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뇌 속에 모든 세포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가속도를 붙여, 평상시의 몇 배나 되는 속도로 오로지 한 사람과 있을 밀회를 꿈꾸며 춤추고 있었다.

 “핸즈,너는 할 수 있어. 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돌이킬 수 있다.

 평시와는 비교도 안되는, 전장에서 죽음과 마주치는 그 순간보다도 빠르게 돌아가는 그의 머릿속에선 매우 안전한 해결법도 제시 되고 있었지만지금의 그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아, 자네가핸즈 군인가. 만나서 반갑네. 내가 이그렛타 본 하임 대위다.

「핸즈 멜퀴어 소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위.

 처음에는 싫었다.

 무골호인 같은 그 이미지가, 온실 속에서 자라난 화초와도 같은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가소롭고 가소로웠다.

 그래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만큼.

 눈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더라도 티끌만큼의감흥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 있어 지금 만날 사람은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서 신화가 이루어지는것을 볼 수 있었다.

「…하여,이번 전쟁에서 두드러진 공헌을 한 이그렛타 본 하임 소령에게…」

「…라는 뜻에서 이그렛타 본 하임 중령은…」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그가 ‘제국의 수호신’ ‘이그렛타 본 하임준장’이 되기까지는 정말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아니, 자신의일이라면 기쁘지 않았겠지.

 이 세상 무엇보다도 기뻤다.

 그리고 그런 만큼 자신 안을 휩쓰는 충동을더 직시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을 억누르고 자기 방어하기에도 바쁜 나날들이었다.

 ‘가지고 싶다.

 ‘취해버리고 싶어.

 ‘무엇보다도 빛이 난다.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자신도 그도 동성애자와는 거리가 먼 자였다.

 아니, 되려그랬다면 이렇게까지 그가 탐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제국 변두리 쓰레기 촌이라는 이름하에 모든것을 버려도 용납하는 지역.

 핸즈가 눈을 떴을 때- 그러니까 어느 정도 이성을 갖추었을 무렵.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03-8003이라는 인큐베이터 인식 번호표만이 전부였다.

 ......

 입맛이 쓰다.

 조금 전까지의 흥분이 가라앉아버렸다.

 “안돼 안돼. 기분 좋게 가자고 핸즈. 오늘뿐이잖아?

 청년은 스스로를 달래며 다시금 걸어 나갔다.

 

「핸즈!이 쓰레기!

「아하하,핸즈는 병신이래요~ 바보래요~

 ‘아니야!아니야!!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왜 그런 궂은일을 굳이 입 닥치고 당하기만했을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야-이건... 대단한데?

「핸즈,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따라주겠나?

「하하,역시 핸즈야. 믿은 보람이 있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

 자신을 똑바로 쳐다봐준 유일한 사람이 있으니까. 


 
가을바람이 차다.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가 펼쳐지는 밤하늘 아래, 달빛을 받으며 부드럽게 미소짓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여어,핸즈군 왔나?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인기척도 없는 곳으로 불러내고는... 혹시, 무언가 안좋은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차-하며그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사람이다.

 준장씩이나 되었으면서 언제나 자신을 똑바로바라봐준다. 

 "전쟁이 끝났기에더욱더 쓰레기 같은 무리들이 있지. 혹시 그런 놈들이 자네를 괴롭히기라도 하던가?"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 이사람을 위해 죽고 싶었다.

 경애한다.존경한다 사랑한다!증오한다!미워한다!슬퍼한다!기뻐한다! 이대로면미쳐버릴것만같았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내가 죽으면 울어 주겠지.

 내가 죽으면 슬퍼하겠지.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푸욱-하고, 차가운 쇠붙이는 준장의 몸의 깊은 곳까지 부드럽게 들어갔다.

 준장은 두 눈을 크게 뜨며 핸즈를 바라보았다.

 청년은 말없이, 이미 푹 눌러쓴 모자를 그저 한번 더 매만졌을 뿐이었다.

 그 손끝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수줍게 내바친 꽃다발처럼,

 죽음을 선고 받은 병자처럼,
 
처음 고백하는 소년처럼
 
사형을 선고 받은 죄인처럼,
 
연인에게 밀어를 듣는 소녀처럼,
 
무심한 듯 뻗어 내린 오른손만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장군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청년 역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곳만이 시간이 얼어붙어 버렸다.

 오직 청년의 시간만이 그곳에 영원히 존재하였다
 
장군은 언제나 그렇듯 그날도 부드러운 미소로 그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리고,세상은 멈춰버렸다.

 

 “비...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도 투명한 가을 하늘이지만, 오늘따라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희미한 초승달만이 어두운 밤하늘을 매우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태양은 없어.

 청년은 희미하게 웃으며 천천히 하늘을 향해팔을 들어올렸다.

 마치 달을 가리듯이, 추모하듯이.

 역수로 쥔 나이프가 달빛을 받으며 잔잔하게울고 있었고, 피는 눈물이 되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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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ㅌ님 2008/09/18 22:22 # 삭제 답글

    전후사정이 궁금해지는 글이야 ㅠㅠ 더써주셈[?]
    아 ㅠㅠ 학교에서 뛰쳐나가고싶어ㅓㅓ
  • 나츠 2008/09/18 22:27 #

    ...걍 로그인을 하렴.
    그나저나 저거 이어서 쓰라는게 설마 리퀘 요청은 아니겠지?[...]
  • 희정 2008/09/19 02:20 # 답글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리퀘요청아니겠심까. 1빠의 리퀘 받는다는거 잊지는 않으셨겠죠..<-실은 덩달아 뒤가 궁금해진1인
  • 나츠 2008/09/19 05:54 #

    대사나 장면. 이라고 했을텐데 'ㅅ'
    단순히 저 뒤를 더 써라-라는건 룰 위반.
    고로 저건 기각.
  • 나츠 2008/09/19 05:54 # 답글

    그리고 저 뒷장면? 이미 나와있잖아 답은[...]
  • 절대가련너굴이 2008/09/19 12:17 # 삭제 답글

    그냥 취향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수줍게 내바친 꽃다발처럼,
    처음 고백하는 소년처럼,
    연인에게 밀어를 듣는 소녀처럼,
    죽음을 선고 받은 병자처럼,
    사형을 선고 받은 죄인처럼,

    중간에 이 부분에서 명암의 대비가 엇갈리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수줍게 내바친 꽃다발처럼,
    죽음을 선고 받은 병자처럼,
    처음 고백하는 소년처럼,
    사형을 선고 받은 죄인처럼,
    연인에게 밀어를 듣는 소녀처럼,

    이런 식으로 말이징 :)

    그리고 사실 리퀘할때 기대했던건 정말 '일절'의 대사가 없는,
    그냥 읽으면서 그 '장면' 하나가 사진처럼 머리속에 떠오를 수 있는
    그런 글이었거든.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메밀꽃 필 무렵"을
    읽을 때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랄까...

  • 나츠 2008/09/19 19:40 #

    건의 채택 완료.
    기대-가 그런거였나.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그런쪽으로 부합하게 써줄 수 있도록 노력 'ㅅ'
  • 절대가련너굴이 2008/09/19 12:19 # 삭제 답글

    이렇게 전후가 조금 더 명확하게 나오도록 써줄 줄은 몰라씀. :3
    그리고 푸욱~부터 멈춰버렸다... 까지는 상당히 멋진듯?

    그러고보니 아직 리퀘 요청자 확정이 안되어있다면 지금 요청해도 되는건가염
    우왕ㅋ굳ㅋ
  • 나츠 2008/09/19 19:41 #

    아무래도 네가 원하는 장면이 의미를 가지려면 전후가 들어가야 더욱 더 전달이 잘 될테니까- 라고 생각했거든.
    그냥 그 장면만 있으면 대부분은 "응? 그래서 이게 뭥미?" 라고 생각할 테니까 'ㅅ'
    만화나 그림에서도 그런게 조금은 있겠지만 아무래도 글이라는 측면에선 특히나...

    아, 그리고 멋졌다면 감사 감사. 그 부분이 네가 요청한 장면-이랍시고 쓴거라 'ㅅ'...
  • 류가희 2008/09/19 13:44 # 답글

    죽음, 학교, 자유, 담배, 옥상을 소재로 "아아, 오늘도 참 평화롭네..."라는 엔딩 대사를 넣어서 써라 'ㅅ'
  • 나츠 2008/09/19 19:42 #

    ...구체적이어서 매우 반가운 리퀘지만 참 니밍%#$ㅉㅃ%ㄲ@# 하군여.

    써주지 -ㅅ- ...
  • 희정 2008/09/22 23:45 # 답글

    오...다음거 기대기대~
  • 나츠 2008/09/24 22:54 #

    'ㅂ' 기대기대
  • B군 2008/09/24 11:02 # 삭제 답글

    5편은 언제..?
  • 나츠 2008/09/24 22:54 #

    내 맘이 내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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